CROSS+ CHANNEL 25
- 우치카가미하라 하루아키 / Uchikagamihara Haruaki / 지노
- 히이라기 미라이 / Hiiragi Mirai / 피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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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군청 학원 방송부.」
「살아 있는 사람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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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세상 속 시간을 짚는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어머니가 흐느끼던 순간의 기억.
…
…
비가 많이 오던 12살의 여름.
부모님의 손을 잡고 더 이상 돌아올 수 없게 된 언니의 시신을 배웅하던 날.
커다란 불이 서서히 관을 불사르는 모습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울다 지쳐 쓰러졌을 때.
히이라기 미라이는 이 세상이 본인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언어들로 엮여 있다는 것을 강렬히 깨달았다.
어째서 가족들이 울고 있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던 것이다.
또한 어째서 친지들이 그들을 위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던 것이다.
그리고 어째서, 조문객들이 소녀를 가여이 여기는지도…….
…
…
이후로도 비슷한 삶이었다.
평생 애틋하게 지내던 언니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는데도, 그녀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언니가 생전 마지막으로 사 왔다는 딸기 케이크를 먹으면서도 ‘맛있네.’ 정도의 담담한 평가만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소녀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타고나야 하는 것을 두고 온 듯 살아왔다.
ㅡ그렇게까지 슬퍼할 거면, 차라리 그런 사람 없는 셈 치는 게 낫지 않아?
다행히도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정도로, 소녀는 비상식적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숨을 죽인 채, 천천히 인간다움을 학습해 나갈 뿐이었다.
그것은 호의나 온정이라는 분류와 조금 다른,
생존본능과도 유사한 원초적인 모방이었다.
남들이 웃을 때, 웃는다.
남들이 울 때, 함께 안타까워 한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말과 행동을 조심한다.
그 정도의 제스쳐로 인간은 이방인을 받아들여준다.
그 정도의 사려깊음으로 함께할 수 있다. 배척받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결함은 오히려 삶을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일면도 있다며 넘길 수 있었지만ㅡ
[미라이의 언니]
미라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것을 시도해 보렴.
“그 기억들이 너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 줄 거야.
ㅡ그런 생 속에서도 무언가가, 거스러미처럼 박힌 채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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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꼭 6년.
소녀가 64%라는 높은 적응계수로 군청 학원에 배정받았을 때도
그 말은 무언가의 원리가 되어 그녀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었다.
“후후. 옥상에 안테나를 설치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 분명 재미있을 걸.”
“방송부답고, 우리만의 라디오도 할 수 있다고.”
지금은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선대 방송부장이 그리 이야기 했을 때,
그 의미없는 짓에 기꺼이 어울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선배는 단지 학교에서 도피할 만한 소일거리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 경험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들고 있던 공구를 내려놓는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여름 합숙 이후로 학교에는 단 여덟 명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남았다’고 표현하는 것도 조금은 이상하다고, 소녀는 생각한다.
이 학교에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생물 그 자체의 기척이 없다.
한여름에 매미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학교 밖을 확인해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교문 앞을 지키던 경비의 흔적도 온데간데 없고,
하늘을 올려다봐도 새 한마리 날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세계는 일주일을 기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닫혀버린 세계. 닫혀버린 일주일.
이런 세계를 몇 십번 반복해왔다.
이런 세계를 몇 백번 반복해왔다.
죽어버린 시간 속에서, 소녀는 “그렇구나.” 하고 이 상황을 납득했다.
결국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 않는가. 원래부터 고여서, 정체된 채 살아가고 있었던 그녀다.
그렇기에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수많은 인간 따위, 걸리적거리기만 한다.
오히려 사람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는 지금에 와서야, 옅은 해방감마저 느낄 수 있다.
이 곳에서 신경써야하는 인간은 오직 8명 뿐.
그나마 이마저도 각자의 자리에서 반복되는 세계를 자각하지 못한 채,
세계의 이상현상을 타파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종종 그들에게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만.
그것을 정리한 뒤 평온히 리셋을 기다리기만 한다면,
다친 사람도, 죽은 사람도 없어진 새로운 일주일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
ㅡ그 때,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하루아키]
히이라기 씨. 여기 계셨네요.
[미라이]
하루아키.
[하루아키]
저어, 이번에는 공격하지 않으시나요?
[미라이]
응. 그야 이젠 의미 없으니까. 저번처럼 상황이 몰린 것도 아니잖아?
기력을 꽤 쓰는 일이거든, 그거.
무엇보다 지금은 안테나 완성에 집중하고 싶어.
매 일요일마다 완성하지 않으면 어딘가 허한 느낌이 들어서.
[하루아키]
.......으음~.
[미라이]
기억이 있는 걸 보니, ‘사당’을 찾은 모양이네. 어떻게 찾았어?
[하루아키]
운이 좋았답니다. 히이라기 씨에게 음, 쫓기다 보니 도달한 것도 있고요.
[미라이]
그걸 기억하면서도 나를 찾아 온 거야?
[하루아키]
네에. 이상한가요?
[미라이]
응. 이상해.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하루아키]
...사람을 해한 이유를, 물어봐도 괜찮나요?
[미라이]
그게 중요한 거야?
별 이유는 아냐. 네가 기억하는 회차보다 ‘최악이었던 회차’를 알고 있을 뿐이니까.
그렇게 되기 전에 인도적인 방향으로 손을 쓰는 거야.
어차피 리셋되어버리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잖아?
그렇다면 그건 죽은 다음에 다시 태어나는 것 비교했을 때, 너희들에게 별반 차이가 없는 거잖아.
결론이 같다면 과정은 깔끔한 편이 좋으니까.
[하루아키]
.......
[미라이]
어째서 그런 표정이야?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 나에겐.
[하루아키]
그렇지만 그런 걸 쉽게 행하면 안 된답니다.
[미라이]
당신, 달라졌네…….
[하루아키]
그런가요? 사실 여러모로 되돌아볼 기회가 있었거든요.
천천히, 황혼이 세계를 물들여간다.
ㅡ혼자는 외로우니까, 둘이면 뭐든지 괜찮을 것이라 착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아키]
...
그는 그리운 정경 속
이제는 멀어져버린 제 쌍둥이를 생각한다.
태초부터 너무나도 달랐던, 그러나 자신과 쏙 빼닮았던.
무엇이든 해낼 수 있었던 자신의 쌍둥이를…….
그렇지만 그의 쌍둥이는 이제 제 곁에 없다.
자신을 흐르는 시간 속에 남겨둔 채, 사그라든 재와 향만 남기고 떠나가버렸다.
분명 자신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하루아키]
히이라기 씨.
히이라기 씨는 만약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실래요?
[미라이]
갑자기 그런 질문?.
그다지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애초에, 여기나 그 곳이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어.
오히려, 이 작은 세계야말로 내가 인식할 수 있는 세상의 한계라는 생각마저도 들 정도로.
[하루아키]
지금도 그 곳에선 히이라기 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도요?
[미라이]
그들 사이에 있어 봤자 나는 이방인일 뿐이니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바엔, 수평선으로 놔두는 게 좋아.
의미 없는 일이야.
[하루아키]
그렇군요. 우선…죄송해요.
사실 히이라기 씨에겐 사과드릴 게 있어요.
히이라기 씨가 이런 곳에 휘말리게 된 건 제 탓이에요.
[미라이]
…!
[하루아키]
그리고, 그렇네요.
히이라기 씨 뿐만 아니라, 제가 아키에게 그랬던 것처럼. 방송부원들이 서로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어쩌면 애초에 사람은 남을 잘 이해하지 못할 지도 몰라요…….
[하루아키]
하지만, 저도 아직은 어려운데요.
[미라이]
…하루아키?
[하루아키]
분명 타인이라도 손은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세상이 노을에 삼켜진다.
그리고,
완전한 정적.
[하루아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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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항간에는 떠도는 소문이 하나 존재한다.
음악실의 피아노, 화장실의 하나코군과도 같은 출처 분명의 도시 괴담에 대한 소문.
누군가에 의하면 어느 날, 어느 때.
존재하지 않는 주파수를 잡은 라디오에서 유령 목소리가 들린다던가.
혹자는 어느 오컬트 매거진의 장난이라고 한다.
혹자는 세기말을 타파하기 위한 정부의 음모론이라고 한다.
호기심에 이기지 못하고, 심심하다는 이유로, 무료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찾고자 하는 생각으로.
각기 다른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와 생각을 품고, 라디오의 튜너를 돌린다.
「......여기는,...군ㅊ…학원.…방송부.」
「살아있는 사람, 있나요?」
주파수를 맞춘다.
흘러나오는 방송은, 존재할 수 없는 곳에서 이 세상을 향해 일방적으로 보내오는 일상의 이야기.
별 것 아닌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야기.
[미라이]
....이 목소리는…
…
…
그렇게, 방송은 퍼져나간다.
라디오를 타고,
무료했던 오컬트 마니아에게.
담력 테스트를 하는 고등학생에게.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주부에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소녀에게.
외로이 떨어진 작은 별을 향해서.
세계를 넘어, 머나먼 우주를 넘어,
그곳에서 그리운 누군가와 교차하길 기원하며.
「그럼, 다음 주에 또 봅시다.」
수많은 일주일을 넘어
이 하늘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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