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 Cell of Empireo / Developed by Fukaokog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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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신곡

(2018)
    등장인물
    • 구산 / Gusan / 懼散 / 생잭
    • 남궁휘 / Namgung Hwi / 데밍
    • 남궁신 / Namgung Shin / 생잭
    • 남궁백 / Namgung Baek / 데밍
장르
태그

부와 명예를 갖춘 명문가 남궁의 도련님 남궁휘.
어느 날, 그는 집으로 온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 봉투에 들어 있던 것은 사진 하나.
사진 속에서는 자신과 꼭 닮은 두 사람이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었다.
의문을 쫓아 조사하던 남궁휘는, 우연히 종교단체 창천 연구소에 들어선다.
폐쇄된 창천 연구소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소년 구산은, 그에게 경고한다.

너는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자, 네가 직접 대답해줘.
『무엇을 하늘의 뜻이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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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d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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細胞神曲.exe

【BGM】 https://youtu.be/0Hrx2RmRMAM

※하기 스크립트에는 인체 실험, 사이비 종교, 무고한 민간인 다수의 죽음, 비행기 사고, 아동 학대, 우울·자살심리, 장례식 묘사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본 합작은 게임 「세포신곡 細胞神曲 -Cell of Empireo-」 본편 및 DLC의 일부 스포일러, 설정 및 오마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디테일, 형식, 규격은 원작을 완벽히 모사하지 않는 방향으로,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고려하였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인자운명론 - CodeData 01 -

저자: N■N■O■G-■H■N」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도

「운명인 모양이야」이라든가

「아마도 신만이 아시겠지」같은 표현은

누구나가 하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은 이미 우리 삶에 파고든

자연스러운 관용어의 하나로

누구도 의문을 갖지 않고,

자연스럽게 입에서 뱉어내곤 한다.

「보유인자론」에 따르면

이 세계에는 「인자」가 존재하며  

정의된 개념의 분석을 통해

현실 세계에 간섭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운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신이 내린 「정의」인가?

아니면 「인자」의 작용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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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https://youtu.be/UmXroBLovbc

천신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

규칙과 정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

감히 하늘에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고

적어도 그렇게 노력했다고 자신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애초에 생각하던 규칙과 도리가

내가 태어나고 살아가던 세계가

실은 거꾸로 쓰여 있던 것이라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  

#ReCord.01

남궁

남궁백

…….

남궁신

음?

남궁백

…….

……….

남궁신

흐음.

남궁백

………….

……………….

남궁신 

이봐.

남궁백

……아.

거기 있었나.

남궁신

뭐길래 그렇게 집중하고 있었어?

눈치채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온 것도 모르고.

남궁백

……미안하군.

남궁신

하하. 미안할 건 없지만.

그래서 무슨 서류를 그렇게 보고 있었던 거야?

남궁백

……지난 실험 기록.

남궁신

쥐를 상대로 한 실험 말이지?

동물에게 세포를 이식한 건 처음이었으니까.

남궁백 

그래.

남궁신

결과도 좋았지.

어쩌면 이 세포는 식물보다, 운동성이 있는 쪽에 더 잘 맞는지도 모르겠어.

남궁백

…….

남궁신

갑자기 말이 없어졌네.

역시 신경쓰고 있었군.

남궁백

……알고 있었어?

남궁신

난 너에 대해서라면 다 알아.

남궁백

…….

남궁신

「난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

남궁백

………….

남궁신

아하하.

그렇게 보고서만 들여다보지 말고… 정원도 한 번 둘러봐.

이번에 새로 들어온 연구원들이 꽃을 심었어. 덕분에 지하에서도 봄을 느낄 수 있지.

다들 네가 좋아하는 꽃을 심고 싶다고 했거든.

남궁백

왜 나를…?

남궁신

다들 너를 좋아하니까.

남궁백

……감사한 일이군.

남궁신

방금 「다들」이라고 했는데.

남궁백

……?

남궁신

흠. 모르겠다면 됐어.

남궁백

말을 해.

남궁신

하지만 부끄러워서.

남궁백

…….

남궁신

하하하…

너는 그 때 한창 실험 중이었으니까, 내가 대신 답했어. 좋아하는 꽃은 없지만 무엇을 심어해도 싫어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 그러니 마음대로 정원을 가꾸어도 된다고.

남궁백

난 정원을 돌보는 데에 취미가 없으니.

차라리 네게 묻는 게 나았겠어.

남궁신

나야 이미 답했지.

남궁백

뭐라고.

남궁신

남궁신

능소화를 심어줘.

남궁백

능소화?

남궁신

그래, 한 계절 뒤에는 꽃을 볼 수 있을 거야.

아온. 능소화가 어떤 의미인지 알아?

남궁백

…….

남궁신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남궁백

그럴 거면서 왜 묻는 거야…!

남궁신 

하하하하. ▼

【BGM】 https://youtu.be/roT95D72QjY

남궁백

그는 시원스럽게 웃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그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아니, 그것은 지금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깊이 캘 이유도, 파고들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지 못해도

그가 결코 하늘의 뜻을 어기지 않으며

세계의 도리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으리라고

가슴 깊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

남궁백

…….

남궁신

음.

남궁백

…….

……….

남궁신

으음.

남궁백

………….

……………….

남궁신

유감이야.

남궁백

……알고 있었어?

남궁신

계획은.

남궁백

언제부터?

남궁신

처음부터라고 해야겠지.

남궁백

그런데 어째서…

남궁신

그렇게 하는 걸로 결정 됐으니까.

남궁백

…….  

……너는.

그들과는 친밀하지 않았나.

남궁신

친밀해. 그들과 자주 어울리고 마음을 줬지.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이 실험에 대해서도 여러 번 논의했어.

위험할 수도 있단 사실은 그들이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잖아.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어. 실험을 진행할 때조차도.

남궁백

그런데 어떻게…

남궁신

……분석대로라면, 세포는 인간의 몸에 제대로 자리잡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단 건 우리의… 나의 불찰이란 거지.

…….

남궁백

……

남궁신

가슴 아프고…

분하군.

남궁백

남궁신

……곧 장례가 치러질 거야.

꽃을 두러 가려고 하는데.

남궁백

……너 먼저 가.

남궁신

아온.

남궁백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남궁신

모든 것은 하늘의 뜻대로야.

 

남궁백

…….

남궁신

우리는 천공의 수호자.

의로운 일을 행함에 있어 머뭇거리지 않음은 당연해.

너도, 나도.

【BGM】 https://youtu.be/ShafavcuZ_8

남궁백

그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흔들리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라는 것 마냥.

그가 잘못되었을 리 없다.

동시에, 나 자신 또한 잘못되었을 리 없다.

하늘이 잘못되었을 리 없다.

그것은 극복할 수 없는, 하나의 정의〈Justice〉였다. ▼

남궁백

공항까지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남궁신

제대로 작별하지 못하면 아쉽잖아.

남궁백

영영 헤어질 것처럼 말을 해…

남궁신

그야 당연히 아니지만.

언제 돌아올지는, 아온도 아직 모르지?

남궁백

……그래.

남궁신

그러면 기약 없는 작별이야.

사실은 내가 가려고 했는데.

남궁백

……네겐 미안하군.

확실히, 내 독단이었어.

남궁신

미안할 건 없지만.

제대로 대화해서 결정했으니 신경 쓸 것 없어.

그냥 널 걱정했을 뿐이지.

남궁백 

걱정을 끼친 것도.

남궁신

음, 그건 미안해 해줬으면 해.

남궁백

…….

남궁신

농담이야.

이야기가 잘 되면, 다시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연구원들이 실험에 쓰이는 일도.

……사고가 생기는 일도.

무고한 이가 죽음을 맞는 일도…

남궁백

……나도 바라.

남궁신

응.

같은 마음이야.

곧 비행기가 뜨겠는데. 서둘러.

도착하면 연락 하고.

남궁백

……그래.

연락하지.

남궁신

조심해, 아온.

남궁백

……?

남궁신

걱정 되니까. ▼

남궁백

스튜어디스

안녕하세요.

차나 커피 드릴까요?

남궁백

아, 커피로.

스튜어디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남궁백

…?!

… … 비행기가…

기내 방송

승객 여러분께 알립니다.

저희 비행기는 지금 엔진 고장으로 인해 기체가 매우 흔들리고 있습니다.

비상 프로토콜을 발동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승무원의 지시를 따라 침착하게…

남궁백

무슨…

???

… …

남궁백

잠깐. 거기…

남궁백

그때 나는 분명히 보았다.

분명 차 있던 좌석이, 눈을 깜빡인 순간 비어 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 한 명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물을 시간도 없었다.

다만.

눈이 마주쳤고.

그의 푸른색 눈동자 안쪽에서

노란 빛이 일렁이는 것을 목격했다.

승객들

꺄아아아악!!

남궁백

승객들의 비명소리와 다급한 안내방송이 어지럽게 울려퍼진다.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한 사람의 얼굴만이 떠올랐다.

【BGM】 https://youtu.be/kpByT96vZS0

아신

아온, 그거 알아?

어떤 생물은 세포 하나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세포 분열로 번식한대.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종족을 보전하는 거지.

이런 것을 「단성 생식」이라고 하나 봐.

아온

나도 배웠어.

아신

왠지 너와 나 같지 않아?

아온

…뭐가?

아신

인간도 수정란 단계에서 하나의 세포가 분열되었을 때 일란성 쌍둥이가 태어난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자신을 분열시켜서 번식하는 생물들처럼,

우리도 하나에서 둘이 되어 세상에 퍼져나간 거야.

아온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아신

간단해.

너와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하나

나는 너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고

너도 나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

우리가 서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란 없어.

아온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아신

그건 아온이 바보라서 그래.

아온

뭐?

아신

하하하!

아온, 잊어버리지 마.

우리들은 서로의 존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느낄 수 있어

남궁신

이거야말로 하늘의 뜻이야.

그 어떤 위대한 세포가 우리에게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세상의 상식이 뒤집어지는 날이 있어도

일족이 소망하는 모든 꿈이 이루어지고

만약에, 정말 만약에

지금껏 믿어왔던 모든 진실이

거짓말이라고 해도  

이것만은, 변하지 않아

남궁신

나를 믿지?

대답하지 않아도 돼.

알아.

너는 나를 믿어.

내가 너를 믿듯이.

남궁백

…….

……당연하지만, 핸드폰은 먹통이네

이럴 때, 그 녀석의 얼굴이 떠올라도 어쩔 수 없는데

아신.

남궁신

우리는 천공의 수호자.

의로운 일을 행함에 있어 머뭇거리지 않음은 당연해.

남궁백

돌아갈 곳이 있어.  

남궁신

난 너에 대해서라면 다 알아.

아하하. 

남궁백

돌아가야 해…

남궁신

아온, 능소화가 어떤 의미인지 알아?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남궁백

너는……

남궁신

능소화를 심어줘.

남궁백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

……

연락,

하겠다고 했는데……. ▼

그리고 굉음과 함께

까마득하게 눈앞이 어두워진다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누가」나 「왜」라는 물음이 흐려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

그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다  ▼

그렇게 생각할 때조차도

다리는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말은 틀렸다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짐작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믿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알게 된다 ▼

신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일까.

규칙과 정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는 조금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어. ▼

이런 고민은 다른 사람에겐 나누기 어려우니까

너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군. ▼

너와 내 생각이 어쩌면 다를지도 모르지

하지만 중요하지 않아──

분명 너는 어긋나지 않아 ▼

내가 내 뜻대로 걷는 길을 의심하지 않듯이

너의 뜻 또한 의심하지 않아. ▼

아신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부디 너는── ▼

【남궁백  ■▒▒■■년 3월 5일 출생  남성

■■▒▒년 ▒월 ■▒일 사망 향년 28세.   사인: 사고사(추락사)】


【BGM】 https://youtu.be/nMfPqeZjc2c

「인자운명론 - CodeData 02 -

저자: N■N■O■G-■H■N」

일찍이 연구되었던 「조작적 인자 부여」를 통해

현실 세계에 「정의」된 「인자」의 작용력을

새로운 존재에게 부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부여된 「인자」라 해도

이미 세계에 「정의」된 법칙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붉은색 사과에 「푸르다」라는 인자를 부여하면

「붉은 사과」가 「푸른 사과」로 작용하게 되지만

「푸른 사과」가 가지고 있는 정의된 법칙

즉 「시다」 혹은 「싱싱하다」 「동그랗다」와 같은

세계의 법칙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붉은 사과」의 법칙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나

「푸른 사과」의 법칙에서는 달아날 수 없는 것

우리는 이것을 「운명」이라 칭하고 있다.


【BGM】 https://youtu.be/PRa7LGN9bTI

???

……

거기서 무얼 하고 있니?

남궁휘

아.

가주님.

남궁일유

괜찮아.

그대로 있어도 된단다

남궁휘

남궁일유

이 서재는 이제 드나드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혹 찾는 물건이라도 있는 거니.

남궁휘 

아닙니다, 그런 건…

남궁일유

내 오라버니의 것이구나.

남궁휘

…….

남궁일유

괜찮단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

내가 여기를 찾지 않은지도 오래되었으니, 당연히 먼지가 쌓여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네 덕분에 삭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쁜 일이지

남궁휘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궁일유

그래서, 뭐가 궁금해 내 오라버니의 서재에 온 거니?

두 분이 떠난지도 수년이 흘렀는데.

남궁휘 

두 분이 살아 계실 때까지는 가족 모두가 같은 연구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남궁일유

그건 누가 말해주었니.

남궁휘

…….

남궁일유

뭐, 괜찮겠지

이제와서 숨길 만한 것도 아니니까

남궁일유

우리 가문은 과거에 천공의 일족이라고 불렸단다.

하늘의 뜻을 이해하고, 지상에 전하는 숭고한 임무를 맡은 자들.

남궁휘

하늘의 뜻?

남궁일유

세상이 어째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무엇을 위해 흘러가고 있는지.

운명이 가리키는 길은 무엇인지.

세계를 움직이는, 신성하고도 무자비한 힘.

평범한 인간은 하늘의 뜻을 알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그것을 꺠우쳐야만 한다.

남궁휘

…….

남궁일유

선조들은 그렇게 믿었어.

그들은 고대에서는 제사장이었고, 근대에서는 선교자였으며, 현대에서는 연구원이었지.

남궁휘

하지만 이제는…

남궁일유

그래.

하지만 이제는 그 연구도, 그 경전도, 그 교리도 남아있지 않아.

내가 모두 폐기했으니까.

후후, 사진조차 남아있지 않다니.

가끔은 조금 아쉬운 기분도 들지만.

남궁휘

…….

남궁일유

이제 세상은 변했어.

가문의 누구라도, 하늘의 뜻을 위해 헌신할 필요 없다.

하늘이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운명이 어디로 예비되어 있는지 같은 것들.

고민하지 말거라.  

남궁휘

예.

남궁일유

어떠니.

궁금증은 모두 풀렸니?

남궁휘

모든 것을 폐기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이건.

남궁일유 

연구소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폐기했지만,

차마 신 오라버니의 일기는 태워버릴 수 없었어.

내가 아직 어린아이라, 아무것도 모를 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가 기록되어 있어서.

그걸 읽으면 오라버니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보이니…

남궁휘

…….

남궁일유

후후.

휘, 너는 내 오라버니를 닮았단다.

외모 뿐만 아니라 심성도 말이야.

지나칠 정도로 올곧고, 결코 휘어지지 않아.

백 오라버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모두가 말했지.

그 사람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을 리 없다.

분명 음해에 당한 것이다… 라고.

남궁휘

감사합니다.

남궁일유

반면 신 오라버니는, 맑고 투명한 사람이었어.

범인들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맑은 물에서는 고기가 살 수 없단 말과 같아

어째서? 싶은 일이라도 간단하게 선택해 버렸지.

가끔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가문을 위해 살았다는 것만은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백 오라버니를 의심하지 않던 사람들도 신 오라버니가 행방불명되었을 때는 여러 가지로 떠들어 대곤 했네.

남궁휘

그렇습니까.

남궁일유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나는 믿고 있단다.

신 오라버니는 결코 어긋나지 않았을 거라고.

하늘의 뜻─ 남궁의 도리를 저버렸을 리가 없다고.

남궁휘

남궁일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일기를 태우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어

원한다면 네가 가져가겠니?

남궁휘

……그래도 괜찮다면…

남궁일유

괜찮고말고.

아마 아직 궁금한 것이 남아있겠지.

그럼에도 내가 대답해줄 수는 없구나.

내가 대답해 버리면, 다시 하늘의 뜻을 받드는 것이 돼.

시신 없는 빈 관으로 장례식이 치러지던 날

나는 결심했어

내 오라버니들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가지 않겠다고─

그러니 더는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단다

애석하게도.

남궁휘

…….

남궁일유

네게 숨김없이 말했지만, 지금 이것만으로도 인과는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어

하늘의 뜻이란 세계의 법칙을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단다.

하늘의 뜻을 인지하는 행위를 통해, 가문의 운명과 밀접한 일들이, 네게 다가올 수 있다는 이야기지.

기억하렴.

운명이 너를 끌어들이려고 한다면 순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어떤 운명으로 예비되어 있다고 한들 너는 너라는 것을.

남궁휘

그 모든 말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말해줄 수 없는 것, 비밀로 남겨둬야 하는 것을 애초에 나는 납득하지 못한다.

의문이 들면 낱낱이 알아보고 해소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밝혀져서는 안 될 진실

따라야만 하는 운명

모두가 바라지 않는 일을 하는 것

그 모든 것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

나의 세상은 오로지

내가 아는 것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

하늘의 뜻이 모든 것을 좌우한대도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도

하늘의 뜻이라 해도 상관없다 ▼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알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얽힌 모든 것을

나의 모든 기질에 의거하여─ ▼

#ReCord.02

남궁

【BGM】 https://youtu.be/2Rf_RTevQzo

남궁휘

그래서 그 날 나는 내 조부가 남긴 일기를 모두 읽었다.

남궁휘

「■■■■년 ■■월 ■■일」

「정원의 꽃을 구경하는 일유를 발견했다」

「조금 장난기가 일어 뒤쪽으로 몰래 다가갔다」

「일유는 고개를 숙인 채 능소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을 삐쭉 내민 일유는 어째서 능소화를 심었냐고 물었다」

「다행히도 근처에는 백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웃으며 대답할 수 있었다」

「능소화는 하늘을 업신여기는 꽃」

「의미는 명예와 영광」

「그리고 기다림이라고」

남궁휘

이건,

…….

남궁휘

그러나 조모가 한 말대로였다.

그 일기 속에 있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뿐이었다.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늘의 뜻은 아마도 이곳에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남궁휘

뭐야, 이 편지는.

올 곳이 없는데.

……?

이 사람은……

남궁휘

편지 속에는 낡은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처음 보는, 연구소 같은 건물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찍은 단체사진.

가장자리에는 검은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가진 남자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한 사람은 눈을 휘며, 한 사람은 어쩔 도리 없다는 듯이.

그들이 나와 닮아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판에 박은 듯이 닮은 얼굴.

하지만 감상은 그것뿐이다.

나와 이 사람은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찾아야만 한다.

어떤 운명이 준비되어 있다고 해도 상관 없다.

진실을 찾아내지 않으면 다르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늘 아래에 떳떳하지 못하면.

나는 살아갈 수 없다.

남궁휘 

…여긴…

창천 연구소……?  

사진 배경에 있던 곳인데. 왜 이런 곳에…

……폐쇄된 건가.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담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나.

남궁휘

…….흣

…….

내부엔,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기록이 남겨져 있겠지.

실마리를 찾으면……

남궁휘

……?

여기는, 왜 불빛이……?

【BGM】 https://youtu.be/1vT9DBfCPsA

???

………!

남궁휘

………?

???

………!?

…………젠장!

남궁휘

뭐야, 너?

거기 서!

???

잠깐……!

남궁휘

잡았다.

???

이거 놔……!

애초에, 왜 쫓아온 거야……!

남궁휘

네가 도망갔잖아.

???

넌 도망간다고 다 잡냐……?!

남궁휘

내 앞에서, 도망을 갔잖아.

???

그 소리밖에 못해?!

남궁휘

도망가지 마.

???

이 자식, 말이 안 통해…

남궁휘

넌 누구야.

???

…….

남궁휘 

대답해.

왜 거기서 나왔지?

이 연구소 출신인가?

연구원?

???

그만, 그만 가까이 다가와…!

남궁휘

네가 대답을 안 하잖아.  

???

…….

남궁휘 

말 해.  

???

싫어……!

남궁휘

말 하라니까.

???

싫다는 말 못 들었어?!

남궁휘

들었어.

말 해.

???

이 자식…

이러다간 끝이 안 나겠어.

남궁휘

…!

거기 서!

???

헉… 헉… 헉…

이 자식, 끈질겨…!

그리고 왜 이렇게 빨라!

남궁휘

그만 도망치라고.

이제 안 놔준다.

???

…….

남궁휘

도망갈 생각 하지 마.

너 누구야? 대답해.

???

잠깐… 여기엔 뭘 찾으러 왔을 뿐이야.

찾기만 하면 바로 나갈 거라고.

이런 기분 나쁜 곳, 오래 있고 싶지 않……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그 녀석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

【BGM】 https://youtu.be/zFzCa2V-dTs

???

…….

그 눈이 바라보는 것을

담고 있는 것을

나는 알 수는 없었다

그런 재주는 없다

하지만 ▼

???

너,

나한테,

가까이 오지 마.

남궁휘

…?

뭐야?

대답도 안 하고.

대답하기 전에는 못 가.

???

시끄러워!

젠장… 네가 여기 왜.  

분명히, 만날 수 없을 거라고 했는데.

평생 마주칠 일 없을 거라고 했는데… 왜!

남궁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

???

알아들을 필요 없어!

여기서 당장 나가.

나한테서도 떨어져.

하늘의 뜻이라든가 이젠 지긋지긋해.

그 남자도 결국엔 실패했다고.

벗어날 수 없어!

그러니까 도망가야 해.

도망가서,

도망쳐서,

영원히 닿지 않을 곳으로 가지 않으면

운명은 우리를 쫓아와……

남궁휘

하늘의 뜻이라고?

우리?

???

그래!

너와 나.

너와 나는…

남궁휘

너와 내가 무슨 상관이야.

우리가 만난 적이 있나?

???

없어.

있어서도 안 되고.

남궁휘

답답해…!

똑바로 말을 해!

???

너와 나는……

……함께 있어선 안 돼.

그렇게 말했어.

남궁휘

누가!

【BGM】 https://youtu.be/AJZmfHfQsPc

???

말 못해.

절대로… 안 돼!

남궁휘

그만 도망치라고! ▼

어릴 적 읽은 책 속에서는

「나는 그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었다」라거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러지 말았을 것을」

「그 때의 우리는 미래를 몰랐다」

따위의 문장이 자주 등장했다 ▼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일족의 비밀을 찾은 것도

창천 연구소로 향한 것도

그 녀석을 만난 것도

애초에 그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내가 선택한 탓이 아니다 ▼

마찬가지로

그 녀석이 선택한 것도 아니다

운명이란 형편 좋은 말로

변명할 필요도 없단 뜻이다 ▼

그 녀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내가 맞으니까 ▼

그러니 이제 그만 도망쳐.

달아날 곳도 없잖아! ▼

【남궁휘  ■▒▒■■년 1월 5일 출생  남성

■■▒▒년 ▒월 ■▒일 창천 연구소에서 구출, 생존. 동행 1인】


【BGM】 https://youtu.be/nMfPqeZjc2c

「인자운명론 - CodeData 03 -

저자: N■N■O■G-■H■N」

인자를 통해 세계를 직접 조작하더라도

조작된 「운명」에서는 벗어나지 못한다

「푸른 사과」가 된 「붉은 사과」는

「푸른 사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만약, 완전한 복제에

완전히 반대의 인자가 부여된다면?

세계의 「정의」와 인자의 「작용력」을

의도적으로 충돌시킨다면 어떨까?

마그네슘과 물이 닿으면 폭발하듯이

상반된 인자가 하나의 개념에 부여되면

「운명」의 내구도를 시험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운명」이 산산조각난다면,

그 파편은 무언가를 상처입힐지도 모른다.

견고한 세계에 흉터를 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운명의 변혁이 아닌가.

운명을 변혁한다── 바꾼다.

「하늘의 뜻」을 뒤틀어 움직인다.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바가 이것이다.


【BGM】 https://youtu.be/mID7ne8S3zU

남궁휘

뭐 해.

구산

깜, 깜짝이야.

남궁휘

뭘 그렇게 놀라.

뭐 해.

구산

네가 놀라게 했잖아.

남궁휘

뭐 하냐고.

구산

이 자식 또 시작했어.

남궁휘

빨리 말해.

구산

아무것도…… 그냥

정리하고 있었던 것뿐이야.

남궁휘

뭘 정리하는데.

구산

괴물 같은 녀석…

그냥 내 짐.

별 건 없지만.

남궁휘

…….

구산

왜?

잠깐, 함부로 만지지 마.

남궁휘

이거 버려.

구산

뭐!?

갑자기 왜 이래!

남궁휘

그 녀석들과 관련된 건, 이제 가지고 있을 필요 없잖아.

구산

하? 멋대로 정하지 마.

내가 네 마음대로 네가 하라면 해야 하는 사람이야?

남궁휘

그건 아니지만

버려.

구산

말이 안 통해…

야! 막 만지지 말라고.

남궁휘

이건 또 뭐야.

구산

그건……

구산

남궁휘의 손 안에서 도자기 찻잔이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구산

그건……

버려도 돼.

남궁휘

그래.

구산

잠깐!

남궁휘

버리라며.

구산

그걸 그렇게 바로 버리냐!?

남궁휘

버리랬잖아.

구산

버릴 거지만…

남궁휘

그럼 왜 버리지 말래.

구산

넌 마음이라는 게 없는 거냐.

남궁휘

있어.

그게 뭐.

구산

아니… 없는 게 분명해. 틀림없다.

남궁휘

있다니까.

그래서 버릴 거야 말 거야.

구산

기다려!

남궁휘

……

구산

남궁휘의 손에서 찻잔을 뺏어와서, 지잉 노려보았다.

옥색 몸체, 반들거리는 표면 위에는 기묘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낡았지만, 빛 아래가 아니고서야 드러나지 않을 정도의 흠 뿐이다.

이 찻잔을 처음으로 받았던 날은, ▼

【BGM】 https://youtu.be/tJ1_mN0W_XU

 

──── ▼

???

괜찮습니다.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천천히 시작하지요.

소년

…….

이봐.

 이런 게 무슨 소용이 있어?

???

아무 소용 없습니다.

소년

…….

???

차를 마시고, 몸을 덥히고,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일들은 사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습니다.

대의를 이루어 주지도 않고 목숨을 구해주지도 않습니다.

소년

그렇게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데 왜 해?

???

간단합니다.

그것은 삶의 일부니까요.

소년

…….

???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 소용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당연하게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모두들 필요를 모르는 것이지요.

소년

……

나는 몰라.

난… 네가 말하는 그 당연한 것들.

남들은 숨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하는 것들.

전부 모른다고!

???

압니다.

제가 당신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소년

…….  

???

그러니 가르쳐 드리지요

찻잔을 잡는 법, 찻물을 끓이는 법

뜨거운 액체를 마시면서도 혀를 데지 않는 법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법

대화를 하는 법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법

미소 짓는 방법

소년

…….

???

말대로, 누군가는 당연히 가지고 태어났을 것들입니다.

그러니 당신도, 당연하게 배우면 되겠지요.

이상할 것 없습니다.

소년

뭐가 그렇게 당연해…

내가 반푼어치로 만들어졌단 거잖아.

나도 알아. 내가 어떤 것인지는… ▼

질척질척한 용액 속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내가 실패작이라는 걸 알았다 ▼

???

아니오.

당신은 모릅니다. ▼

끈적이는 액체 속에

몸을 담그는 것밖에 할 수 없던 시절

등을 보이던 그 남자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이야기한 것 같은데

들리지 않는다 ▼

???

아직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

「좋은 아침」

「배고프지 않으십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시지요」

아마 그런 말들이겠지만 ▼

???

당신의 인생은 시작되지 않았으니까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아끼는지.

또 반대로 무엇을 싫어하는지……▼

아아 귀찮아 내버려 둬

애초에 무슨 말을 해도 닿지 않아

나에게 관심 갖지 마 ▼

???

천천히, 알아가게 될 겁니다.

살아가면서 아주 서서히, 느리게.

소년

…….

살고 싶지 않아

살게 되고 싶지 않아

「살고 싶다」고 바라고 싶지 않아 ▼

???

앞으로 당신이 마주할 세상은 분명,

이 좁은 연구소보다는 훨씬 더 근사할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당신을. ▼

그러니까 이대로

나를 살리지 말아줘 ▼

남궁신

살아가게 하고 싶습니다. ▼

#ReCord.03

【BGM】 https://youtu.be/fb7qgT3_NAE

남궁신

바이탈 사인, 정상.

세포 수치, 안정화.

외부 지표, 이상 없음…

소년

…….  

남궁신

음, 문제 없군요.

다행입니다.

소년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남궁신

무엇을 말입니까.

소년

갑자기 왜 나를 꺼냈느냐고.

남궁신

수조 안이 답답하셨겠지요.

저의 부족함입니다.

소년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이유를 말해!

남궁신  

본래 세포 징후가 안정되면 바로 외부 활동을 진행할 생각이었습니다.

외부 자극에 의해 세포 변이가 촉진되는 경향이 있어, 보호한 것이지요.

하지만 역시 너무 길어졌습니다.

용서를 구해도 되겠습니까?

소년

…….

됐어!

남궁신

감사합니다.

소년

…….

………….

남궁신

자리가 불편하신지요?

소년

아니, 그게 아니라……

……….

…………모르겠다고.

남궁신

무엇을 말입니까.

소년

말 그대로…

뭘 해야할지…

어떻게 있어야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남궁신

괜찮습니다.

소년

뭐가…….

하나도 안 괜찮아.

남궁신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마음껏 묻고, 마음껏 궁금해하고, 의문을 가지세요.

소년

…….

………답답하게 할 텐데?

남궁신

전혀요. ▼

【BGM】 https://youtu.be/eyu5n6RSItM

소년

지하의 연구소.

인적은 드물고, 시설은 낡은 티가 난다.

능소화가 피어 있는 정원은 아름답지만, 삭막하다.

천장에는 푸른 하늘이 그려져 있어서,

고개를 들면 어쩐지 눈부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하」니 「지상」이니 하는 것들

「하늘」이니 「땅」이 하는 것들은

이곳에서 태어난 내겐 와닿지 않았다.

남궁신

좋습니다.

다음 글자로 넘어갈까요.

소년

…….

…………….

남궁신

왜 그러시지요.

소년

나…… 아무래도.

속도가…… 너무 느리지 않아?

남궁신 

배우는 속도 말씀이신가요.

소년

그… 그래!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느린 것 같은데……

남궁신

빨리 익히고 싶으십니까.

소년

……그렇다기보다는.

뒤떨어지는 것 같으니까……

남궁신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나아가느냐보다, 얼마나 제대로 습득하느냐입니다.

당신은 그 방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으시지요.

자, 이 글자를 읽어 보세요.

소년

……구.

남궁신

그러면 이 글자는?

소년

………산.

남궁신

배운지 꽤 오래 된 글자들인데도 잊지 않으셨군요.

잘 하셨습니다.

소년

……….

나를 안심 시켜 주려고 이러는 거지?

남궁신

예, 그렇지요.

소년

…………….

남궁신

음?

소년

오히려 너무 산뜻하게 인정해 버리니까… 할 말이 없어졌어…

남궁신

하하.

소년

짜증 나…….

남궁신

방금 그 두 글자.

당신에게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소년

뭐… 구, 산, 이거 말 하는 거야?

남궁신

예.

이름으로 삼으면 어떨까요?

소년

이름?

남궁신

두려움을 구라 읽고 흩어지는 것을 산이라 읽어──

구산懼散

소년

 …… 모르겠어.

남궁신

마음에 안 드시는지요.

소년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냥…… 모르겠다고.

이름 같은 건……

가져본 적도 없고…….

남궁신

이제부터 가지면 됩니다.

소년

말이 쉽지…!

남궁신

당신은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긴 시간을,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겁니다.

「인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소년

인자?

아니, 전혀……

남궁신

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부여된 이름이, 자신의 본질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름에는 그 이름을 지은 창작자의 통찰이 담겨 있으니까요.

소년

어려운 이야기 하지 말라고……

남궁신

하하…

저는 당신에게 「구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두려움」을 「흩어내는」 인자를 부여하여서

「운명」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습니다.

 소년

운명?

남궁신

예.

구산.

???

처음으로 들은 내 이름은, 역시 내 이름 같진 않았다.

구산

…….

구산

그래도, 내 것이라 할 수 있는 건 오직 그것뿐이었다.

말할 수는 없었지만……

기뻤다……

두려움을 구로, 흩어지는 것을 산으로.

두려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구산

……네 이름은?

남궁신

제 이름, 의미를 말씀하시는 것이겠지요?

구산

……그래 그거.

내가 아는 글자 중에, 있어?

남궁신

예.

남궁신南宮晨입니다.

구산

새벽…….

남궁신

남녘의 집을 가졌던 선조의 이름.

그리고 아침이 오기 전의 시간이지요.

구산

……그건 나도 알아.  

구산

나는 무심코,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부시게 푸른 빛으로 칠해놓은 하늘에 새벽 빛이라곤 없다.

이곳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나.

그럼에도 그는…

남궁신은.

내가 저 바깥에서 살아가는 게 당연한 것인 양 말한다.

너무 많이 들어서, 내겐 그게 마치 나의 「운명」같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게 하고 싶어서,

그는 끊임없이 내게 또다른 인자를 부여한 것이 아닐까? ▼

【BGM】 https://youtu.be/8iZTOl4-vmk

구산

……? 뭐야.

이 소리는……

……이 냄새.

분명……

구산

남궁신!

어디 있어?

왜 피냄새가……

남궁신

정신이… 드셨군요.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늘 그렇지만.

구산

몸이… 이게 뭐야. 너……

………

이거,

네 피가 아니잖아…….

남궁신 

가끔, 아주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가 고도의 작용을 보여주어 학계를 놀랍게 할 때가 있습니다.

지고세포도 그 중 하나입니다.

구산

지고세포……?

남궁신

천천히 설명을 드릴 생각이었는데,

너무 늦었군요……

저는 항상.

늘, 이런 모습으로……

늦어 버리고 맙니다.

구산

………묻는 말에나 대답해.

이게 대체 뭐야……

남궁신

지고세포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생명체는 바이러스에 대항하여 면역 시스템을 가동시킵니다.

지고세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외부의 위협을 느끼고 자기 보호를 위해,

숙주를 움직이는 것입니다.

구산

……….

남궁신

제 몸에도, 지고세포가 자리잡아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 또한.

지고세포로 이루어진 생명체입니다.

구산

그건……

남궁신

제게 적응한 세포를 복제시켜 만들었으니까.

구산

내가……

그럴 리 없어!

난, 너하고는 하나도 안 닮았잖아.

남궁신

예.

저에게 있는 모든 「인자」

즉 세계에 「정의」된 어떠한 요소들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반대의 인자를 부여했습니다.

구산

왜?

남궁신

운명에 저항하기 위해서.

구산

너의?

남궁신

저의.

그리고 당신의.

구산

……

헛소리 하지 마!

네 말대로라면,

그건 순전히……

순전히 너를 위해 내가 만들어졌다는 뜻이야.

남궁신

그렇습니까.

구산

대답해!

남궁신

이제 당신은 저를 떠나겠지요.

저는 변이를 일으킨 세포들을 정리하고,

다시는 이 연구소가 쓰이지 못하도록

모든 연구들을 불태워 버릴 겁니다.

다시는 이 세포가 연구되지 못하도록

누구도 당신을 추적할 수 없도록.

구산

……….

남궁신

당신은 저의 수단이었지만

동시에 목적이기도 합니다.

구산

그게 어떻게 동시에 가능하지?

남궁신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까요.

구산,

따뜻한 차를 많이 마시고.

이따금씩 달콤한 간식을 드세요.

처음 보는 사람과 인연을 만들고

이윽고 소중한 사람이 되어

마주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소중히 하기 바랍니다.

꽃의 이름을 외우고 정원을 가꾸세요.

하늘을 올려다 볼 때

「맑다」, 「푸르다」 외의 생각은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만

더 많은 생각에 잠겨도 좋습니다, 아무렇지 않아요.  

삶과 죽음과 허황된 미래에 대해 고민해도 괜찮습니다.

나와 같이 살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저와 같이 살지 마세요.

다른 삶을 살아가세요.

「운명」에서 벗어나세요.

그 첫 걸음은 저를 스스로 떠나는 것.

저에게 엉망진창으로 실망하고 다시는 저와 만나지 않겠다고 생각하세요.

그 옛날 제가 하지 못한 일들을, 당신은 해내면서 살아가세요.

그러면 당신은 저이면서도 저와 다른 삶을 살며, 마침내 「하늘의 뜻」에서 벗어나게 되겠지요.

구산

…….

남궁신 

저와, 저를 닮은 것들은

아무것도 만나지 말고

함께 있지도 마세요.

구산

싫어…….

남궁신

예배실로 돌아가봐야겠습니다.

무고한 이들이 더 이상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구산

싫어………!

남궁신 

여길 떠나세요.

그와,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을

당신은──

구산

………! ▼

그리고 굉음과 함께 연구소의 벽이 일격에 무너졌다

푸르게 칠했던 하늘이 산산조각난다

나의 세계가── 부서져 간다 ▼

내가 알던 모든 것이

내가 배운 모든 것이

사라진다 ▼  

우영신

흐──음.

뭐야, 이 꼬맹이는.

구산

…….

우영신

뭐 돈 되는 거라도 남아있나 싶었는데,

어린애밖에 없잖아?

사지가 멀쩡하니 어디 팔아먹을 수 있으려나.

구산

우영신

흠…

좋──아.

여기서 나서기 전까지 정신을 차리면, 살려 주고

아니면, 어디 팔아 버린다.

나는 내기를 좋아해.

어디 한 번 해 보자고. ▼

【BGM】 https://youtu.be/YkO-roZtQ_g

구산

…….

남궁휘

이봐.

왜 말을 안 해.

구산

생각 하는 중이야.

남궁휘

생각 너무 오래 했어. 그만 해.

구산

이게 진짜.

남궁휘

버리지 않을 거면 가지고 있든가.

구산

…….

구산

그는 자신과, 자신을 닮은 모든 것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했다.

그것이 나의 운명에서 벗어나, 저항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이 녀석과 만났다.

처음 보는 사람과 인연을 만들었고,

……어쩌면 내 생각보다 오래 보는 사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거면 된 거잖아.

내가 운명에서 벗어날 거라고 했지?

만약 그게 내 운명이라면 뭐라고 말했을 거야?

운명에서 벗어날 운명에 대해 저항하는 방법은 뭐야?  

당신도 틀렸을 지도 몰라.

우리의 운명이란, 당신이 벗어나고 싶었던 하늘의 뜻이란

어쩌면 당신 생각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고.

그건 깨야 할 틀 같은 게 아니라,

우리와 그들과 당신을 잇는 거대한 고리가 아니었을까.

설령 당신이 맞았고, 나는 그저 운명에 종속된 것뿐이라고 해도

나는 내가 보낸 시간과 지금의 선택을 의미 없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남궁휘

그래서, 어쩔 거지.

구산

시끄러워.

내 뜻대로 할 거야.

 

【구산  ■▒▒■■년 ??월 ??일 출생  남성

??????년 ?????월 ?????일 발견

■■▒▒년 ▒월 ■▒일 창천 연구소에서 구출, 생존. 동행 1인】

 


【BGM】 https://youtu.be/nMfPqeZjc2c

「인자운명론 - CodeData 04 -

저자: N■N■O■G-■H■N」

세상 모든 것은 「하늘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

가령, 사과가 익으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중력 때문이다.

지구에 중력이 작용하는 원리는 물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가 왜 중력이 작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그것이 어째서 정확히 그 자리에 위치하는지는

고명한 과학자들도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천공의 일족은 그것을 「하늘의 뜻」이라고 불렀으며

「하늘의 뜻」을 해석하여 각종 이론을 만들었다.

그러니 「하늘의 뜻」이란 결코 거역할 수 없는 것이며

우리는 천공의 발자취를 따라 그 징후를 해석하는 일족이다.

만일 정말로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지금 내가 하는 행동도 예비되어 있는 것이겠지

이제 나는 하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BGM】 https://youtu.be/i5AvzZthV4o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하나

어디에 있든지 느낄 수 있어 ▼

죄와 벌을 각기 나누어 가지고

하늘과 땅에서 다시 태어나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해도 괜찮아 ▼

역성易姓의 이름으로 추모의 꽃을

이 마음을 나의 영혼에게 바친다. ▼

#ReCord.04

남궁

남궁백

그건 무슨 연구지.

남궁신

음.

복제체에 대한 거야.

남궁백

복제체?

남궁신

응.

지고세포에는 강력한 고유성이 있잖아.

그러니까 세포에 적응한 호스트들이라면,

세포의 증식을 통해 또 하나의 자신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연구.

남궁백

……그런 게 왜 필요하지?

남궁신

당장 필요한 일은 없지만.

주어진 과제를 연구하는 것도 하늘의 뜻이니까.

남궁백

뭐…

너는 탐구심이 있는 편이니.

남궁신

흐음, 너는?

남궁백

……….

너와는………

다르지.

 

남궁신

하하하.

남궁백

웃지 마.

남궁신

나도 이런 연구가 필요하다 생각하진 않아.

나와 똑같은 사람은 굳이 만들지 않아도.

네가 있잖아?

남궁백

……난 네 복제가 아니야.

남궁신

그러니까 완벽한 복제라는 말이 아니라.

필요성의 문제야.

나에게 복제는 필요 없지.

네가 있는데.

남궁백

나참.

남궁신

하하.

음, 지하에 있으면 시간을 알기 어렵네.

늘 밝고, 늘 푸른색이야.

남궁백

시계를 보면 되잖아.

남궁신

체감의 문제.

식사는 했어?

시간은 한참 지났는데.

남궁백

…….  

남궁신

체감의 문제라니까.

남궁백

됐다고.

남궁신

식당 닫기 전에 가자.

남궁백

흠. ▼

남궁신 

나와 백은 사명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의 인생은 결정되어 있었다.

남궁의 이름을 가진 자.

하늘의 뜻에 충성할지어다.

하늘의 뜻을 받들고 해석하며,

하늘이 내려주신 신성한 세포를 연구한다.

지고세포가 발견된 것 역시 하늘의 뜻이며

하늘은 결코 무의미한 일을 하지 않는다.

아니── 무의미한 일이라 할지라도

하늘이 예비했다는 것만으로 필수불가결이 된다. ▼

【BGM】 https://youtu.be/ssO76q9X8lI

남궁백

…….

남궁신

요즘 들어 통 잠을 못 자는 것 같네.

남궁백

네가 신경 쓸 것 없어.

남궁신

당연히 신경이 쓰이는데.

너무하잖아.

남궁백

…….

너는.

남궁신

응.

남궁백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지?

남궁신

그야 하늘의 뜻을 따르고 있으니까.

남궁백

…….

그걸로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나?

남궁신 

물론.

너와 마찬가지야.

남궁백

아니…….

미안하다, 불성실한 말을 하게 되겠군.

나는 너와 생각이 달라.

하늘의 뜻이 무고한 민간인들을 희생시키는 거라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어.

남궁신

아온.

남궁백

어제까지 함께 하던 이들이 끔찍한 모습으로 죽었어.

세포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실험을 진행할 때마다 한 명씩…

사람이 사라지고, 죽어가.

너는 이 일을 묵과할 수 있나.  

우리가 배운 건……


하늘의 뜻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어.

남궁신 

…….

남궁백

…….

실언했군.

너를 의심한다는 뜻은 아니야.

남궁신

알아.

너는 나를 믿지.

내가 너를 믿듯이.

남궁백

…….

남궁신

세상의 모든 것이 흔들린대도 이것만은 변하지 않잖아.

남궁백

……그래.  

남궁신

나에게는 어쩌면 하늘의 뜻보다도 더 단순하고, 기본적인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야.

남궁백

…….

……과해.

남궁신

하하하! ▼

【BGM】 https://youtu.be/loMHWEiCmW4

남궁신

……헉.

………갑자기, 숨이.

윽.

……….

아온?

남궁신

그와 나는 연결되어 있다.

너무나 당연한 명제였기에 의심한 적도 없지만

그의 목숨이 끊어지던 순간

내 심장도 일순간 함께 멈추었다. ▼

남궁일유

……신 오라버니.

남궁신

일유야.

남궁일유

어째서… 백 오라버니는 없는 거예요?

왜 사진만 걸려 있어요?

백 오라버니는… 안 오는 거예요?

남궁신

아온은……

백 오라버니는.

세상을 떠났단다.

남궁일유

세상을 떠나요?  

그럼… 다시 못 만나나요?

남궁신

분명히 이별이지만, 영원하진 않아.

오라버니는 그리 믿고 있다.

남궁일유

응……

그럼, 나도

그렇게 믿을래요.

백 오라버니를, 다시 못 보는 건, 싫은 걸요…….

남궁신 

액자 속의 그는 딱딱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저것이 아온인가?

나는 그가 없는 삶을 상상해본 일이 없었다.

슬프고 가슴아픈 것보다 먼저,

예비되지 않은 비극이 갑작스럽게 닥친 듯한 공허감이 느껴졌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현실감이 없다.

추도사

모두 신실한 남궁백 형제를 위해 기도합시다.

그는 우리 중 누구보다 충실했으며 올곧고 고결했습니다.

하늘의 뜻에 한 점 어긋남 없이 살아가다가, 그 순리 안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그의 죽음 또한 하늘의 뜻입니다.

남궁신

아, 그렇다면

반드시 있어야 할 일인가

추도사

그 어느 것도 하늘이 예비하지 않으신 것은 없습니다.

우리 세상은 하늘의 뜻 안에서 돌아가고 있으며──

남궁신

반드시?

그건 어째서.

추도사

──그의 죽음에 담긴 하늘의 메세지를 읽어내는 것이

앞으로 우리 천공의 일족이 풀어가야 할 숙제가 될 것입니다──

남궁신

…….  

남궁신

반발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도 하늘의 뜻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것이 실존함을 알며 지극히 존중한다.

나의 마음은 깊은 슬픔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동시에 물결 하나 없는 호수의 표면처럼 고요했다.

태어나면서부터 함께였던 형제가 죽었다.

그 죽음은 무엇을 위해 예비되었는가.

의미 없는 죽음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애초에 내게 의미가 있었으므로.

하늘의 뜻을 따르면서도,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서

나는 하늘의 뜻에서 벗어나는 인간이 되기로 결심했다.

나의 존재가 곧 하늘의 뜻을 증명하고,

동시에 반역의 지표가 된다. ▼

남궁신

…….

음.

남궁신

혼자만의 힘으로 거듭된 연구는 어느새 결실을 맺었다.

수조 안에는 나의 세포로 복제된 생명체가 숨을 쉬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하늘의 뜻에 반하는 행동이다.

용서받을 수 있을 리가 없다.

???

…….

남궁신

이름도, 외양도, 마음가짐 하나까지도.

모두 나와 다른 인자를 부여한다면.

남궁신

수조 안의 고요한 얼굴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나와 완전히 같은 인간이, 나와 정반대의 인자를 부여받는다.

그러면 세계의 「정의」는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이 아이에게 「하늘의 뜻」은 무엇을 예비할까?

나는 문득, 아온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끔찍한 일을 하다니 너를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 이것도, 창천 연구소에서 하늘의 뜻을 위해 해왔던 일들도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나는 하늘의 뜻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벗어나지 못한다.

나와, 너의 존재로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그것에 안타까움을 느낄지언정 분노하지는 않는다.

남궁신

하지만 당신은

어쩌면 이 모든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운명의 파편이 할퀴고 갈 수는 있지만

 당신을 깨뜨릴 수는 없습니다. ▼

【BGM】 https://youtu.be/I5O8yd48w0s

남궁신

예상하고 있었지만 조금 빠르네.

이곳은 하늘이 보이지 않아 시간 감각이 흐려져.

내 생각보다 모든 건 빠르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점차 잊게 되는구나.

구산

……

헛소리 하지 마!

네 말대로라면,

그건 순전히……

순전히 너를 위해 내가 만들어졌다는 뜻이야.


남궁신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어.

이건 분명히 죄겠지.

나는 아무래도 남아있는 모든 가족들보다,

너에게 더 가까운 사람인 모양이야.

아온. ▼

너의 죽음마저 「하늘의 뜻」 안에 있다면

나의 미래의 부덕함이 과거로 찾아온 것이라고 하자. ▼

남궁신

이제 우리 일족이 남긴 모든 유산을 태울 테니

누구도 「하늘의 뜻」을 알 수 없고 가까워질 수도 없도록. ▼

그렇다면 너는 아무런 죄도 없어

모든 것은 나의 지금의 행동 때문 ▼

남궁신

혼자 하는 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하하… 이런 일은 쉽지 않네. ▼

죄는 왼쪽 가슴에

벌은 오른쪽 가슴에 ▼

남궁신

네가 돌아왔다면 좋았을 텐데.

연락이라도 한 통 받고 싶었어.

아버지는 무탈해.

일유는 크게 상심했지만,

나와 어머니가 잘 달래주고 있어.

네가 받은 벌은 미래의 내 몫이니

하늘이 결코 씻을 수 없는 죄를 ▼

남궁신

아온.

네가 정말로 보고 싶네.

내가 지을게. ▼

【남궁신  ■▒▒■■년 3월 5일 출생  남성

■■▒▒년 ▒월 ■▒일 사망 향년 32세.   사인: 자멸(세포로 인한 붕괴)】


【BGM】 https://youtu.be/nMfPqeZjc2c

「인자운명론 - CodeData 05 -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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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은

그리하여 마침내 운명은


데이터의 끝에 도달했습니다.

도달점에서 기록을 재생성합니다.


【BGM】 https://youtu.be/2xMFA1b8BWY

???

…….

하하…

구산.

당신의 말대로입니다.

제가 틀렸군요.

#ReCord.05

그럼 이제 세계의 운명을 바꾸어 볼까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