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을 바란 적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와도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오랜만에 보는 칼립소는 자신의 근황부터 얘기한다. 수도 방위대인 이브리얼 기사단과 데아 기사단으로 입단이 결정된 예비 기사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른손을 잃은 후 남은 왼손으로 검 쓰는 건 완전히 익숙해져서 너 따위는 콧김으로 날려버릴 수 있다는 듯한 의기양양한 태도다. 이브리얼에 지휘관 자리가 남는데 경력과 실전 경험을 고려해 경이 적격이다, 어쩌면 단장 자리로 이어질지 모른다, 하고 얘기하고는 반응을 살폈다. 오즈월드의 얼굴은 새의 깃털로 간지럽혀도 재채기 한 번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부동의 대리석과 다름없었다. 칼립소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새 왕이 원하시는데 내키지 않는다면야.” 그렇게 말하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 왕 아르베스는 물론이지 원할 것이다. 아직 누가 아군이고 적인지 알 수 없는 이 새벽녘 안개 같은 상황에서 분명히 야심 없고 자신을 도와준 적 있는 이가 보직을 맡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칼립소는 이미 오즈월드의 반응을 예상한 듯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에 정말로 한담을 이어갔다. 전쟁으로 인해 파손된 거리 정비를 마쳤다, 이번에 수도 근처 오렌지가 정말 풍작이라 하나 같이 맛있다, 돌아가는 길에 오렌지를 포함한 주전부리를 챙겨뒀으니 가져가고 다음엔 써드빌의 파손보고서를 들고 와라. 용건은 그 정도가 전부였지만 그마저도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마치 망가진 것이 수복되고, 또다시 돌아온 봄에는 생명이 여전히 자라며, 너는 곧 돌아오게 될 거라는 뜻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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